카테고리 없음 2009. 11. 7. 22:56

11월 3일 토요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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뮤지컬 영웅을 보고왔습니다.
영화도 생소한 제게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문화생활이었달까요.

뮤지컬은 몇 년 전인가 프랑스에서 내한한 '로미오와 줄리엣'을 본 이후로 두 번째인 것 같네요.
그때는 우리나라 말이 아니어서 자막을 보느라 바빠 정작 공연하는 모습엔 집중을 하지 못했는데 (내용을 알고 있는데도 어쩐지 자막만 보게 되더군요;) 이번엔 우리나라 말이라 그러지 않아도 되서 참 좋았습니다(..)

배우분들 모두 하나같이 어찌 그리 멋있으시진지..
노래도 노래지만 발성도 호흡도, 타고난 목소리마저 정말 멋졌어요.
특히 안중근 역의 류정환님, 이분 정말 목소리가 너무 보배로운 것 같습니다*-_-*

중간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때의 장면이 간단하게 끝나서 조금 아쉬웠지만,
배우들의 감정 연기부터 시작해서 무대 세팅이며 단체 춤 동작과 동선이며,
하나같이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습니다.

당시의 상황을 무작정 안중근 의사와 독립군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기보단, 각자의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는 것 뿐이라는 중립적인 해석방식도 나쁘지 않았습니다. 안중근 의사는 동양의 평화와 조국의 독립을 위해, 이토 히로부미는 동양의 발전과 일본의 영광을 위해.

우리에게 안중근 의사가 영웅인 것처럼, 그 당시의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의 영웅이었겠죠.
그렇다 해도 나쁜 놈은 나쁜 놈이라 생각합니다.=ㅅ=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는 이유로 남을 처절하게 짓밟는 그 방식은 지탄받아 마땅하죠-ㅅ- 공연에서도 그점은 부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.

보면서 가장 슬펐던 장면은, 안중근 의사가 처형될 때 어머니가 손수 수의를 지어서 보냈던 부분이었어요.
아들이 입을 수의를 만드는 어머니의 가슴은 얼마나 무너져 내렸을까요.
처형 된 이후 유해조차 돌아오지 않았으니 평생 그 고통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셨을테지요..

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조국을 지키려했던, 과거의 수많은 영웅들을 다시금 가슴에 떠올리게 하는 공연이었습니다. 동시에 그렇게 비싼 값을 치르고 되찾은 소중한 이 대한민국을 제대로 지켜나가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했구요.

아직도 낯선 일본땅의 어딘가에 묻혀, 그토록 바라던 독립한 대한민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안중근 님.

모두 시간과 여유가 되신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합니다.
뮤지컬 영웅,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^-^